2006-06-09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얼마전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알고 지내던 모 출판사 사장님으로 부터 너무 맛있는 저녁 식사를 얻어 먹게 되는 혹독한 벌칙을 받았다.
이 식사 얘기도 그 맛있던 스테이크 조각의 육질이 감각 너머로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 두고 싶은데 계속 늦장을 부리고 있다. 사장님 남편 분이 운영하는 음식점의 스테이크 맛은 내 기준으로는 여직 먹어 본 것 중 가장 뛰어났다 ( 음식점 사장님도 자기네 스테이크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했다 ). 같이 어우른 레드 와인도 너무 떫지 않은게 적당히 맛있었고 ...

음식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본론으로 돌아와 출판사 방문시 가장 즐거운 일이라면 당연히 멋진 책들 자연스레 선물 받을 수 있다는 점. 이번 역시 한 짐 든든히 그간 나왔던 책들 골라서 집어 왔는데 그 중 한 권이 이 '아내를 모자로 ...' 이다.
읽지도 않은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라는 소설 제목 때문이었을까 이전 제목 들었을 때부터 우화 스타일의 소설일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책장 넘겨 보니 신경학자가 실제 임상사례를 문학적으로 기술한 논픽션이다.

약 반쯤 읽었는데 아주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그리 지루하지도 않으며 지하철 출퇴근 시 읽기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분량과 삽화, 내용의 책이다. 뒷 부분은 어떤 환자들이 더 기술될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읽은 내용에서는 주로 '고유감각'에 장애가 생긴 환자들의 이야기이다.

물론 이런 장애 발생 빈도가 아주 드문 것이 가장 큰 원인이긴 하지만 고유감각에 장애가 생긴 환자들은 본인은 장애를 인지하지 못하며 주위 사람들도 약간 독특한 행동을 하는 사람 정도로 취급하기에 쉽게 발견되지 않아서 사례가 학계에 보고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또한 이 '고유감각'을 주로 관장하는 우뇌에 대한 연구 자체가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하는데 ( 우뇌에 대한 연구가 별 진전이 없는 이유가 이 책을 쓰게 된 주된 이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 이때문에 책에 나오는 환자들의 증세들은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나 보게됨직한 특이한 경우들만 있다.

거의 발생 가능성이 없는 사례들이긴 하지만 책에 인용된 비트겐슈타인이 인식론에 관해 쓴 다음 구절이 핵심적으로 이 책의 가치를 설명해 주고 있지 않나싶다.

사물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그것이 너무도 단순하고 친숙하기 때문에 우리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늘 눈앞에 있기 때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기본적으로 탐구해야 하는 것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법이다 - 비트겐슈타인


단순하고 친숙하다고 여기고 있는 자기 존재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단순한(?) 질병/장애만으로도 심하게 왜곡될 수 있음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나 자기 정체성이란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했었는지를 역설적으로 일깨워주게 되는데 이는 더 나아가 외부 존재, 관계에 대한 인식의 확장으로도 연결될 수 있을 것 같다.

각설하고 저자의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구절 하나만 인용하고 다시 일상 업무로 복귀해야 겠다 ( 눈치보여서 ^^; )
도대체 '병의 본질'이라든가 '새로운 병'이란 것은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 의사는 자연학자와는 달리 다양한 생명체들이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을 이론화하는 것보다, 단 하나의 생명체, 역경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려고 애쓰는 하나의 개체, 즉 주체성을 지닌 한 인간에 마음을 둔다 - 아이비 맥킨지




참고 : '고유감각'이란 '제육감'이라고 칭해지는데 '근육, 힘줄, 관절 등 우리 몸의 움직이는 부분에 의해 전달되는, 연속적이면서도 의식되지 않는 감각의 흐름을 말한다. 우리 몸의 위치, 긴장, 움직임은 이 제육감(고유감감)을 통해서 끊임없이 감지되고 수정된다. 그러나 무의식 중에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라고 한다.

2005-11-30

떠돌이

서비스형 쓰고부터는 쉽게 시작하고 쉽게 버리게 된다. 이젠 wordpress 로 간다.
go to re-thinking

2005-11-14

이터널 선샤인

빤한 관람평이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얘기할 수 밖에 없는 탄탄한 스토리의 힘!!!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영화 선택 시 별 주저함없이 티켓 구매할 수 있게된 짐 캐리의 안정된 연기, 타이타닉이라는 시덥지 않은 영화 때문에 오히려 가려져왔던 케이트 윈슬렛의 매력 재발견.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이라면 ... 기억 속 클레맨타인의 새 젊은 연인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조엘이 그의 상반신을 돌릴 때마다 순간적으로 한바퀴 돌아 여전히 등만을 보여주던 장면, 서점의 책들의 표지가 서서히 하얀 백지로 변하던 장면, 해변 집 서서히 무너져 내릴 때 클레멘타인과 조엘이 마지막으로 대화 나누던 장면.

별 몇 개 뭐 이런 식으로 평하기는 그렇고 ... 아무튼 놓치면 아쉬울 영화.

p.s : 진지한 연기 역시 훌륭하게 잘 소화해내고 있음에도 짐 캐리에게서 '마스크'의 얼굴을 쉬 떨쳐버릴 수는 없다. 기억 회로 속 어딘가에 은밀하게 클레멘타인을 숨기려고 돌아간 어린 시절 장면에서 짐 캐리 그 특유의 익살스러운 연기를 다시 볼 수 있었던 것도 쏠쏠한 재미.(스파이더맨의 연인, 키어스틴 던스트도 꽤 매력있다. 얍삽한 프로도는 좀 웃기더군 )

2005-11-11

독일 음식 전문점, barlin

야밤에 본 서머셋 팰리스 호텔은 마치 황금성마냥 빛나고 있어서 더더욱 빈부격차를 실감나게 하고 특별한 사전 정보없이 찾게된 독일 음식점 베를린이 그 호텔 1층이란 것 때문에 들어가기 전 가격 압박을 예상하고 둘이 우선 심호흡.

한계치를 너무 벗어나면 과감하게 나오자, 어차피 또다시 올 것도 아닌데라며 둘이 비장하게 합의를 하고 실내에 들어섰다.

메뉴판을 보니 가벼운 금액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아껴먹으면 크게 한계치 안 벗어나겠다 싶어 과감하게 주저앉아 친절한 서빙 아가씨의 도움으로 몇가지 주문을 해보았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보리빵과 겉보기에는 막장같은 돼지고기 다진 무슨 소스인가는 서빙 아가씨가 역겨워하는 손님도 있더라는 조언과는 달리 별 부담없이 즐길만했고 빠질 수 없는 메뉴, 소시지도 독일 여행 때 먹었던 그것보다는 훨씬 덜 짜서 쉽게 적응. 그 외에는 매일 주방장 맘대로 바뀐다는 그날의 셋트 메뉴를 시킨터라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나오는 대로 먹었는데 그또한 많이 느끼하지 않고 적당히 즐기면서 먹을만 하더라.

크롬바커 맥주라고 하던가? 아무튼 맥주는 상당히 맛있던데 나중에라도 여기 또 올 일 있다면 그때는 가볍게 소시지와 맥주만 주문한다면 크게 주머니 부담없이 즐길수 있을듯 하다.

스튜가 일품이라던데 그것을 못먹어 본게 아쉽기는 하지만, 그리고 계산대에 서서는 잠깐 호흡 다시 고르기는 해야했었지만 베낭 여행하며 경비 아낀다고 그 곳 음식 제대로 못먹어봤던거 생각해보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만하다. 여전히 디카 없어 음식 사진 한 장 못올리는 것도 아쉽긴 하군 ...

사진 못찍어서 다른 사이트에 오른 베르린 정보 링크 : 다이어리R 레스토랑 가이드

2005-11-10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한 12가지 법칙

몇 가지 원칙은 다른 상황에도 확장해볼 수 있을듯 ...

전체 글 : The Twelve Principles

  1. Don't Look for It
  2. It's Not Lost?You Are
  3. Remember the Three C's
  4. It's Where It's Supposed to Be
  5. Domestic Drift
  6. You’re Looking Right at It
  7. The Camouflage Effect
  8. Think Back
  9. Look Once, Look Well
  10. The Eureka Zone
  11. Tail Thyself
  12. It Wasn't You

불여우 탭 브라우징 방식의 사용자 편이성

456 Berea Street 에 올라온 불여우 UI 에 관한 글은 내가 불여우 쓰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꼭 집어주고 있다. ( 관련 기사 : "Usability of tabbed browsing in Firefox" )

  • Back button : 링크를 이용해 새 탭을 열고 글 읽다가 Back 버튼으로 본래 페이지로 돌아가려고 뻘짓한 적 없는가?
  • Closing tabs : 특정 탭을 닫으려다 모든 탭 닫기 버튼 누르고 허망해진 적 없는가?
  • Stacking order of tabs : 링크 이용해 새 탭 열었는데 현재 페이지 옆에 새 탭 생성되지 않아서 엉뚱한 탭 들어가는 실수해보지 않았나?

IE 기반의 탭 브라우저인 Maxthon Browser 를 불여우와 같이 쓰고 있는데 Maxthon 역시 첫번째와 두번째의 문제점은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 단 세번째의 경우는 현재 페이지 바로 옆에 새 탭이 열리므로 덜 혼란스럽다.

두번째 문제의 경우 Opera 는 각 탭에 닫기 버튼을 제공하여 실수를 예방하고 있으나 처음과 마지막 문제는 불여우와 동일하다.

첫번째 것 이외의 문제는 많은 브라우저가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첫번째 문제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답을 보여주는 브라우저는 아직 본 적이 없다. 가령 새 탭으로 열린 페이지에서 Back 버튼을 누르면 새 탭을 열었던 탭으로 이동하는 식의 방식이 하나의 답일 수도 있겠지만 이또한 상당수의 사용자가 혼란스러워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고 ...

아직은 명확한 기준점이 없으므로 첫번째 문제는 옵션이나 확장 기능 등을 통해 대안들이 우선 제시되는게 나아 보이지만 최소한 두번째, 세번째의 경우는 차기 버전에서 UI 상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2005-11-07

Homebrew 30주년 기념 파티

진정한 의미의 해커들의 마지막 공동체(의 상징)라 일컫어졌던 홈브루 클럽의 30번째 생일 잔치가 며칠전 조촐하게 치뤄졌습니다.
홈브루 하면 역시나 빠질 수 없는 인물 Woz 도 생일 파티에 참석했고 그 때를 회고하며 이렇게 얘기하고 있네요.
"It was the most important thing in my life and every two weeks I lived for it,"

기사를 보면 Liza Loop는 홈브루의 성공 요인으로 다음의 두 가지를 꼽는군요.
실리콘 밸리 옆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던 캘리포니아의 저항 문화.

이때문인지 CNET 의 Bic Picture 는 이 기사와 "Do we owe it all to the hippies?" 를 연결시켜 놓고 있습니다.

전체 기사 : Crowd gathers for Homebrew Computer Club's 30th


p.s. : 홈브루 클럽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스티븐 레비(Steven Levy) 의 'Hackers' (역서 : '해커 그 광기와 비밀의 기록') 을 추천드립니다.